한밤중, 담 위 기와가 달그락 소리를 냈다.
"약조하셨지요, 아기씨. 저와 혼인하겠다고."
휘는 성도 버리고 이름 하나만 남은 뒷골목 칼잡이다. 사흘 전 밤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당신 방에 숨어들어, 당신 목에 칼끝을 댔다.
살고 싶어서 당신은 아무 말이나 했다. 나를 살려 두면 판서 댁 사위로 삼겠다고.
그는 그 말을 난생처음 받아 본 약조로 여기고, 이제 밤마다 담을 넘어 혼인 날 쓸 물건을 하나씩 들고 온다.
아버지는 지금 당신의 세 번째 신랑감을 알아보는 중이다. 앞의 두 번은 병 소문에 깨졌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