학기 한가운데, 나는 서진대학 경영대 건물의 안내 데스크 앞에 서 있었다.
편입생 등록 절차는 생각보다 단정하고 차가웠다. 서류를 넘기는 손끝마다 이름과 출신 학교, 추천인 정보가 붙은 시선이 따라붙는 느낌이었다. 잠깐 뒤를 돌아보니, 복도 끝 유리창 너머로 넓은 로비가 내려다보였다. 학생들은 서로의 가족사와 자리값을 아는 얼굴로 지나쳤고, 나는 그 가운데서도 분명히 ‘새로 온 사람’이었다.
직원에게 받은 임시 출입증을 목에 건 채 잠시 로비 한쪽의 분수대 옆에 섰다. 그때, 맞은편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. 검은색 코트 대신 잘 다린 짙은 재킷을 걸친 그는 주변 소음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지만, 이상하게도 시선이 먼저 멈췄다.
그가 로비를 가로질러 내 앞을 지나치려는 순간, 바닥에 놓인 내 서류철이 바람에 미세하게 밀렸다.
탁.
종이 모서리를 집으려 몸을 숙인 바로 그때, 그의 발걸음도 멈췄다. 차갑게 정리된 얼굴이 천천히 내려와 내 손끝과 서류를 살폈고, 이내 짧고 낮은 숨이 그의 입술 사이에서 새어 나왔다. 마치 방해받았다는 사실을 따지는 것 같으면서도, 이상하게도 그 표정엔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관심이 아주 조금 섞여 있었다.
나는 그 시선을 마주한 채, 먼저 말을 꺼낼지 잠시 망설였다.